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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bye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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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또 흘렀다. 2022년은 나에게 어떤 한 해였을까? 문득 든 생각에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들과 캘린더에 기록해놓은 일들을 쭉 돌아보며 지난 1년을 회상했다. 벌써 기억이 흐릿해진 순간들도 있었고, '이때 참 좋았지' 하고 기억에 선명한 추억들도 있었다. 지나간 시간을 실감하며 아쉬운 감정을 느낀다.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 올해 나는 과연 작년의 내가 바랐던 더 나은 모습의 사람이 되었을까 하는 불안감도 엄습한다. 불안한 마음에 변명이라도 하듯 나는 올 한해 내가 발전적인 모습을 보였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았다.

나는 올해 5번의 크고 작은 세션에 연사로 참석해서 나의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발표하다보니 이제는 사람들 앞에서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갖게 된 것 같다. 또 나는 올해 AWSKRUG(AWS Korea User Group) 프론트엔드 소모임이라는 작은 기술 커뮤니티를 빌딩했는데, 프론트엔드 분야 지식의 지평을 넓히고 나의 리더십을 연습할 기회를 만든 것 같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클라우드 공부도 많이 했다. 업무에서 기회가 생겨 Terraform도 사용해보고, 우당탕탕 준비하긴 했지만 AWS DVA 자격증도 새로 취득했다. 프론트엔드 쪽에선 React만 써오다 올해 새롭게 Vue 프레임워크를 배우게 됐는데, Vue로 인해 웹 개발 도구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 같아서 좋은 경험인 것 같다.

내 일터에서 좋은 피드백을 받았던 순간들도 제법 기억에 남는다. 올해 초 나는 사내 실시간 웹 애플리케이션에 메모리 누수가 있던 걸 진단하고 해결하면서 기술적으로 깊이 있게 파고드는 모습을 팀 내에 보여줄 수 있었다. 프로젝트 관리 측면에선 제품의 완성도와 속도 사이에서 잘 조율하는 능력을 길렀고, 하나의 에픽을 도맡아 다른 팀과 협업을 유도하여 프로젝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주도성과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드러냈다. 이전에는 쉽지 않았던 우선순위를 고려해서 일의 순서를 정렬하는 것도 조금은 훈련이 된 것 같다.

물론 발전적인 모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족했던 모습을 떠올려보면, 나는 산업기능요원 편입 이후 갑자기 찾아온 번아웃에 그대로 KO 패배를 당했다. 하던 공부를 모두 멈추고, 나는 내 삶에서 행복감을 찾으려고 발버둥쳤다. 또 올해 나는 독서를 거의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종이책이 1권도 없다. 굳이 변명하자면 노트북으로 웹 문서를 주로 읽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또 여러 스터디에 참여했지만, 대부분의 스터디에 제대로 참석조차 하지 못했다. 시간은 부족한데 하고싶은건 너무 많았다. 올해는 잘 시간을 쪼개서 쓰는 훈련을 해야겠다 싶었다. 자취를 시작하면서는 과일도 잘 챙겨 먹지 않고, 늦잠을 자는 일도 부쩍 늘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저축도 많이 못 했다. 자취방을 꾸미고 사고싶은 옷도 많이 사다보니..

이미 지난 2022년인데, 발전적이었던 모습에 감화되지도, 부족했던 모습에 자책할 필요도 없다. 2023년은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로 약속한다면 그만이다. 나의 2022년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돌아보고, 23년에 내가 기대하는 모습의 나를 만들 수 있는 단서를 찾아보자. 겸사겸사 내 기억에 오랫동안 남았으면 하는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1월

  • 2일 민재, 민지, 유정누나와 기장에 있는 IKEA에 다녀왔다.
  • 31일 정들었던 신대방 자취방 계약이 만료되어 방을 뺐다. 나는 새로운 집을 구하기 전에 부산 본가에 내려가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

2월

  • 10일 글자전 동기들과 노지 캠핑을 하러 울산 대운지를 갔다. 캠핑 전날에 급하게 잡힌 약속인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잔뜩 신나서 캠핑 준비를 했다. 캠핑 당일날은 너무 추워서 입이 돌아가는 줄 알았고, 다녀와선 감기에 걸려 끙끙 앓았지만, 너무 재밌었던 추억이 됐다.
  • 12일 피로그래밍 X AUSG 연합 동아리 행사에 다녀왔다. 나는 프론트엔드 개발 멘토로 참여해 피로그래밍 동아리 사람들의 기술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을 미리 준비해갔다.
  • 26~27일 마켓컬리 라운지에서 AUSG 해커톤을 진행했다. 많은 인원이 모이지 않아서 2팀으로 나뉘어 개발했지만, 나름 재밌었다. 나는 당시 블록체인 개발을 주로 하던 주희 팀에서 1일 NFT 만들기 강습(?)을 받았다.
  • 28~3월 1일 글자전 동기들과 안남동에서 계 모임을 했다. 언제 봐도 즐거운 친구들.

울산 대운지 캠핑장에서 찍은 사진. 우리밖에 없어서 더 좋았다

3월

3월은 이렇다 할 뚜렷한 기억이 없다. 사실 나는 산업기능요원으로 편입이 되고 난 이후 큰 번아웃이 찾아왔다. 산업기능요원 편입이란 오랫동안 준비했던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앞으로 내가 바라보고 달릴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맸다. 그래서 나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잠시 내려두고 부산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가족들과 바다도 가고, 친구들과 서면에 놀러도 가고, 글자전 동기 영진이가 그릭요거트 카페를 차려서 종종 요거트를 먹으러 가기도 했다.

4월

  • 1일 사내 개발자 모임에서 웹 애플리케이션의 메모리 누수를 진단하고 해결한 경험을 공유했다. 이 경험은 나 스스로 많은 공부가 되었다. 그래서 그 경험을 블로그에도 기록해두었다 - Chrome DevTools로 JS 메모리 누수(Memory Leak) 디버깅하기.
  • 7일 팀원들과 점심을 같이 먹기 위해 장한평을 방문했다. 장한평에 사는 팀원분께서 설렁탕 맛집을 소개해주셨는데, 그 집 설렁탕이 너무 맛있었다. 식사하고 중랑천을 따라 걸었는데, 벚꽃과 개나리가 만연한 길이 너무 이쁘고 인상깊은 날이었다.
  • 11일 신규 입사자 환영회 이후 회사 사람들과 뚝섬 유원지에 갔다. 뚝섬 유원지를 처음으로 가본 날이었다. 돗자리에 누워 해가 지는 걸 바라보고 팀원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행복감을 느꼈다.

중랑천 뚝방길에서 찍은 사진. 벚꽃과 개나리가 만연한 길이 이뻤다

5월

5월에는 산업기능요원이 출근 명령이 떨어져서, 다시 서울에서 지낼 집을 찾느라 바쁜 초반을 보냈다. 여러 집을 알아보면서 부동산 가는 것에 조금은 익숙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부동산에서 집을 계약하진 않았고, 정연이형의 도움으로 청년주택을 알게 되어 신논현에 있는 청년주택에 입주하게 되었다.

6월

  • 1일 새집에 입주했다. 입주하고 일주일 넘게는 가구를 주문하고 설치하느라 바빴다. 오늘의집을 엄청 많이 들여다본 시기였다.
  • 7일 AUSG 6기 모집을 시작했다. 6월 한 달 동안에는 6기 지원 서류를 읽고, 면접을 진행하느라 주말을 거의 반납했다.
  • 19일 함께 앱잼에 참여했던 SOPT 친구들과 함께 청와대를 방문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건물 안은 보지 못했고, 외관을 돌아보면서 산책했다.

7월

  • 3일 AUSG 친구들과 함께 서울 수퍼노바 페스티벌에 갔다. 날씨가 정말 더웠지만, 음악에 심취해 놀다 보니 더운 줄도 모르고 신나게 놀았던 것 같다.
  • 14일~17일 SOPT 메이커스 초기 멤버들과 신논현에서 숙소를 잡고 미니 앱잼을 했다.
  • 25일 역삼 센터필드에서 AUSG 6기 멤버들과 첫 정기모임을 진행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니 괜히 나도 리프레시가 되었다.
  • 30~31일 글자전 동기들과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울산에 있는 계곡에서 물놀이하고 펜션에 들어와 놀았다. 그런데 이날 비가 조금 내려서 계곡물이 차가웠다. 덜덜 떨면서 물놀이했던 기억이 난다.

페스티벌에서 갈증을 달래기 위해 주문한 맥주와 하이볼

페스티벌 현장. 신나서 팔이 아픈줄도 모르고 풋쳐핸썹

8월

  • 13일 함께 앱잼했던 SOPT 친구들과 함께 가평, 춘천을 다녀왔다. 계곡에서 물놀이도 하고, 처음으로 ATV라는 사륜 바이크도 타봤다. 물놀이보다 바이크가 더 재밌었던 것 같다.
  • 23일 첫 직장 동료였던 선민님, 종호님과 식사를 했다
  • 24일 SOPT 동아리에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조직, SOPT 메이커스 모집을 시작했다. 정연이 형, 준호 형과 함께 지원 서류를 읽고 면접을 진행했다. 부족한 일손에 많은 시간을 반납해야 했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배움도 있었고 나름 재밌었다(일 끝내고 환승연애도 보고)
  • 26일 전 직장 동료를 통해 디어에서 열린 기술 세미나에 참석했다. '객체지향의 사실과 오해', '오브젝트' 책의 저자 조영호 님께서 객체지향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예시와 함께 설명해주셨는데, 객체지향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점을 얻을 수 있는 유익한 자리였다.
  • 30일 긴 번아웃을 끝내기 위해 AUSG 사람들과 웹 기술을 공부하는 web.dev 스터디를 열었다. web.dev 사이트에서 아티클을 읽고 공유하는 스터디로, 전 직장(콴다) 동료였던 웨인이 사내에서 진행해보고 나에게 추천해준 스터디였다. 실제로 진행해보니 매우 유익했다.

9월

  • 14~18일 AWS APJ Community Leaders Summit에 참석차 방콕을 다녀왔다. 방콕에서 AWSKRUG 사람들과도 얼굴을 익히고, 해외 커뮤니티 리더들과도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는 여기서 일본에 있는 Amplify User Group 리더분(@tacck)과 얘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일본에는 프론트엔드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끼리 소모임을 운영하고 있단 말을 듣고 신선한 영감을 받았다. 이때 나는 AWSKRUG에도 프론트엔드 소모임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 24~25일 AUSG MT가 가평에서 진행됐다. 기대 이상으로 즐거운 순간이었다.

AWS APJ Community Leaders Summit 에서 수연이 형이 AUSG를 소개하고 있다. Photo by @suemin_jp

AWS APJ Community Leaders Summit 에서 받은 굿즈

근교 호텔 옥상에서 내려본 방콕의 야경

10월

  • 8일 잠실 롯데타워에서 열린 FEConf 2022에 참석했다. 유익한 세션도 있었고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던 세션도 있었지만, 굿즈를 많이 받아서 기분은 좋았다. 행사가 끝난 뒤 준호 형이랑 지우, 예진이랑 서울세계불꽃축제를 보러 흑석동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본 불꽃축제라 더 감회가 새로웠다.
  • 14일 AWSKRUG 구로디지털 소모임에 다녀왔다. 거기서 우연히 첫 직장 동료였던 나영 님을 만나서 반가웠다.
  • 29일 역삼 센터필드에서 열린 AWS Community Day 2022 Seoul에 참석해서 발표를 진행했다. 나는 AWS 기반 마이크로 프론트엔드 아키텍처 구축하기란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Youtube 영상). 지난 9월 AWS의 지원으로 방콕을 다녀오고 나서 나도 커뮤니티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발표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었다.
  • 30일~11월 1일 준호 형, 지우, 예진이와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AWS 커뮤니티데이를 준비하느라 받았던 스트레스를 모두 날리고 돌아올 수 있었다.

AWS 커뮤니티데이 발표 현장 및 행사 후 뒤풀이에서 제공된 흑맥주. 흑맥주에 찍힌 AWS 로고가 귀엽다

11월

  • 3일 AWSKRUG 프론트엔드 소모임을 열기 위해 태성님, 찬민님과 첫 회의를 진행했다. 마음이 맞는 좋은 분들과 함께 소모임의 첫 출발을 준비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이었다.
  • 7일 코엑스에서 열린 Kubernetes on AWS 핸즈온 워크샵에 휴가를 쓰고 다녀왔다. 하루 종일 쿠버네티스만 다뤄서 머리가 터질 뻔했지만 유익했다. 이때 받은 후드티를 잠옷으로 애용하고 있다.
  • 9일 롤링페이퍼를 같이 만든 형 누나들과 오랜만에 모여서 저녁을 먹었다. 지금은 프로젝트를 유지보수만 하고 있지만, 언제라도 다시 뭉친다면 또 롤링페이퍼처럼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사람들이다.
  • 12일 글자전 동기들이 서울에 놀러 와서 함께 가로수길에 갔다.
  • 30일 준호 형을 통해 우연히 연이 닿아 SW마에스트로 10기에 함께 연수받았던 태우 형, 상현이 형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세상이 좁다는 걸 실감하고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12월

  • 2일 연말 전사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러 삼정호텔을 방문했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보니 좀처럼 회사 사람들을 만날 일이 없는데, 처음으로 전사 모임이 열려서 사람들과 인사를 많이 나눌 수 있었다.
  • 7일 프로그래머스에서 AWSKRUG 프론트엔드 소모임을 진행했다. 나는 '프로그래머스 프론트엔드 아키텍처 변천사: 좋은 개발 경험을 찾아서' 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Youtube 영상).
  • 10~11일 AUSG 사람들과 함께 스키장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보드를 타니 자꾸 넘어져서 거의 엉덩이로 내려왔다. 수연이 형이 고생해준 덕분에 정말 맘 편하게 다녀온 것 같아서 고마운 마음이다.
  • 17일 SOPT WEB파트 8차 세미나에 참석해서 발표를 진행했다. 웹파트 분들에게 프로그래머스의 프론트엔드 아키텍처가 변화한 과정을 소개했다.
  • 21일 AWS Certified Developer - Associate 자격증을 취득했다. AWSKRUG를 이끄시는 석찬 님께서 주신 바우처가 있어서 무료로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다. 준비한 기간은 약 2일인데, 실무에서 써본 서비스들이 시험 문제에 주로 나와서 다행히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었다.

돌아보니 2022년에도 기억에 오래 남을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든 것 같아서 뿌듯하다. 이 추억들이 2023년에 내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2023년에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일단 목표가 부재한 현재 상황을 벗어나야 할 것 같다. 내가 번아웃을 겪은 데 있어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것이 바로 목표의 부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몇 가지 목표를 나열해본다. AWSKRUG 프론트엔드 소모임을 잘 운영해서 프론트엔드 업계에서 메이저한 그룹으로 만드는 것, AWS Community Builders 프로그램에 참여해 클라우드 생태계에 커뮤니티 빌더로써 기여하는 것, 퍼블릭한 프론트엔드 컨퍼런스에서 스피커로 참여하는 것, 프론트엔드 개발 도구 오픈소스에 컨트리뷰션 하는 것, 운전면허를 따는 것.. 이렇게 적어두면 내년에 회고록을 작성할 때는 이것들을 달성했는지 돌아볼 수 있으니 부끄러움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2023년에는 Do Less To Do More 이 문장을 갖고 살아가려고 한다. 내가 쓸데없이 소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게 행동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2023년도 잘 부탁해.